• 진솔함에 대해

    0. 신곡입니다.

    “저팔계”

    Audio MP3

    나는 나는 저팔계 왜 나를 싫어하나 나는 나는 저팔계 이유를 모르겠네

    나도 모든 여자에게 인기있어야 한다는 허무맹랑한 생각을 하지는 않아. 하지만 내 맘을 알아줄 여자 한명쯤은 만날거라 생각했거늘

    아 이 밤이 싫다 크리스마스도 싫다 늬들 다 싫다

    엄마가 나더러 아주 잘생겼댔는데 대학가면 이쁜 여자친구 생긴댔는데

    나 원래 이렇게 찌질하지 않은데 원래 아주 쿨하고 나이스한 남잔데

     

    1.

    모노트론이란 악기(장난감?)을 알게 돼서 냅다 지르고 한번 써봄.

    이렇게 생긴거임

    monotron_duo

     

     

    자세한 정보는 (http://www.korg.com/monotrons)여기로..

    손바닥만한데다 건반도 무슨 터치패드같은 장난감인데, 나름 풀 아날로그 회로의 신디사이져라 소리 하나는 제법 재밌게 그럴싸하게 만들 수 있었다. 모노트론, 모노트론 듀오, 모노트론 딜레이 세 종류가 있는데, 모노트론 듀오만 음계를 지원하고 나머지는 테레민마냥 감으로 정확한 음정을 짚어야 해서 연주 편의는 듀오를 따라오지 못함. 노래 초반에 잠깐 쓰인 신디가 모노트론 듀오로 녹음한 것..

    이로써 드럼만 정복하면 미디악기를 모두 버릴 수 있게 된다.

    2.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찌질함을 노래로 우려내고나니 꽤 후련하긴 한데, 인간으로써 뭔가 싫다 막 그런 생각이 든다. 죽고싶음.

    이제부턴 다신 이런 가사 안쓰겠다는 마음을 굳히기 위해 여기에 포스트팅함으로써 못을 박기로 한다.

    음악을 진솔하게 대한다고 늘 좋은거같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됨.

  • 올 봄 직전 만났던 사람

    0. 올 1월쯤엔가 2월쯤엔가 메일로 대학원 진학에 대해 물어보고 싶다며 연락한 여학생이 있었다.

    아마 그때 만나자고 메일 하기 전 학기에도 한통 보냈던가.. 다른 전공 하다가 뉴로사이언스에 관심이 가서 이리저리 탐색중인데, 대학원 실상을 모르는, 선배도 없고 해서 어떤 생활을 해야 하는지 통 모르는 그런 상황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난 그때 뭐 딱히 고생하고있지는 않고, 그럭저럭 뭔가 일은 진행되는 상황이라 꽤 낙관적인 이야기를 했고, 그사람도 대학원에 진학하는게 그리 나쁘진 않구나 인상을 받았던 것 같다. 그런데,

    1. 와중에 결혼과 육아문제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실험실에서 (그리고 상황 비슷한 대개의 바이오 랩에서) 대학원을 마치는데에는 5.5년 정도가 걸린다. 그리고 3-7년간의 (가능하다면 해외로의) 포스닥 여정을 떠난 뒤 정규직 자리를 구하는 것이 이쪽의 생리다. 그때 그 사람의 나이가 스물 셋인가 넷인가. 전과에 뭐에 정확히는 안쓰겠지만 학부 졸업에만 몇 학기가 더 필요한 상황이었고, 대학원을 마치면 나이가 서른 한둘인 것이었다.

    그에게 그의 인생에서 자녀의 출산과 양육은 포기하기 힘든 중요한 문제였다. 특히 생물학적으로 부담이 덜한 나이에 아이를 갖고 싶었다. 하지만 대학원 주 70시간의 근무를 수행해야되는 대학원생활중 아이를 갖고 돌본다…? 불가능하다.

    포스닥 때는 좀 더 시간이 생길 수 있으므로 몇가지 길을 쥐어짜낼 순 있었겠지만, 그다지 밝은 길도 아니고, 그의 표정은 어두워져만 갔다. 소박하게 그려보았던 꿈을 머뭇거리며 지워나가는 모습을 그녀의 눈동자에서 읽을 수 있었다.

    강의실 하나 규모의 어린이집이 단과대학교마다 하나씩만 있어도 그가 그런 눈을 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

     

    2. 그 눈동자가 생각이 나서

     

    Audio MP3

    https://soundcloud.com/mizasquare/at-1

    집에 와서 튕겨보았던 것을 오늘 공개. 가까운 시일 내에 제 모습으로 만들 것 같지 않아서..

    그도 슬슬 졸업할때가 된거같은데 연락이 없다. 인생에 건투를 빈다.

     

  • 그래비티Gravity (2013) – 우주 시대에 다시 그려진 구원서사

     

     

    그러자 예수께서는 “정말 잘 들어두어라. 누구든지 새로 나지 아니하면 아무도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 하고 말씀하셨다. 니고데모가 예수께 말하였다. “사람이 늙었는데, 그가 어떻게 태어날 수 있겠습니까? 어머니 뱃속에 다시 들어갔다가 태어날 수야 없지 않습니까?” 요한복음 3장 3-4절 (공동번역)

     

    [스포일러] 별로 플롯이 중요한 영화는 아니고, 나 자신은 영화 이야기를 다 알고 보는 것에 그다지 저항감은 없지만, 그건 내 사정이고… 영화를 순진무구하게 보고 싶으신 분은 이 글을 읽지 않으셔야 합니다.

    읽을 사람이 얼마 없을건 알지만 일단;;

     

     

     

    오래 전부터 우주는 하늘 위에 펼쳐진 또 다른 검은 바다로 그려져 왔다. 은하수가 흐르고, 캡틴 하록과 네모 선장이 우주선Starship을 타고 항해하며….평균 4km 남짓한 지구의 바다에 비하면 그야말로 압도적인 망망함으로 채워진 완전한 무. 죽음의 공간. 하지만 모든 죽음이 모여들고, 모든 생명을 집어삼키는 바다가 반대로 생명을 품어 탄생시키는 재생의 요람이듯이, 이 영화에서 우주는 죽음을 걷어내고 새 삶을 갖게 해주는, 특히 기독교적인 색채로 거듭남을 입혀주는 구원의 공간으로 그려진다.

    “I just drive”

    주인공인 닥터 라이언 스톤은 병원 의사로, 허블 망원경에 실험장비를 장착하기 위해 우주에 처음 올라온 미션 스페셜리스트이다. 지상에 그의 연고는 없다. 그에겐 남편도, 연인도 없으며 4세의 외동딸 새라만이 있었으나 학교에서 술래잡기를 하다 머리를 다쳐 숨졌다고 한다. 라이언은 그 소식을 운전대 뒤에서 듣게 되고, 이후 우주에 올라오기 전까지 그는 딸을 잃은 퇴근길 위를 운전하길 망연히 반복해왔다. 그의 시간은 길 위에서 맞게 된 딸의 죽음에 고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숨은 쉬지만 죽은 사람인 라이언은 죽음의 검은 바다에서 익숙함을 느낀다. 우주에 올라오니 무엇이 가장 좋은지를 묻는 맷에게 “고요함이요. 익숙해질 것 같아요Silence. I can get used to it”라고 대답한다. 살아있는 사람인 맷 코왈스키 중령이 수다를 멈추지 않고, 공용 무전 채널에 좋아하는 노래를 깔며 고요를 쉬지 않고 채워가는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점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I hate space!”

    묵묵히 장치를 장착하는 라이언과 재잘거리며 그를 돕던 맷, 기타 우주인들의 일진은 좋지 않았다. 러시아가 낡은 위성을 미사일로 부수던 와중 발생한 파편이 궤도를 휩쓸며 다른 위성들을 부수게 되고, 기하급수적으로 발생한 잔해의 폭풍이 주인공 일행의 궤도를 덮친 것이다. 통신위성들이 모두 파괴되어 지상과의 연락은 두절되고, 대원들을 싣고 올랐던 우주왕복선 익스플로러 호는 대파, 모든 우주인들은 지상으로 철수하여 우주에 남겨진 인간은 맷과 라이언밖에 남지 않았다. 조금 일찍 불운을 맞은 동료들처럼 그들은 곧 죽게 될 것이다.
    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기에 자신도 죽은 채로 살던, 우주의 적적한 죽음의 기운이 오히려 친숙한 라이언도 지척 앞으로 다가온 죽음 만나자 전신으로, 모든 호흡으로 진저리를 치게 된다.

    “Grab something, grab anything”

    그들은 우여곡절 끝에 ISS에 닿지만 둘 모두가 해내지는 못했다. 무중력판 절벽 희생 클리셰가 나타나고, 둘 다 죽느냐, 라이언만은 사느냐의 결단을 요구하는 대목에 이른다. 물론 라이언은 지독한 어둠 가운데 유일한 의지가 된 맷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결국 맷은 끈을 잡은 손을 놓고, 원심력에 의해 맷은 우주 저편으로 멀어져간다. 다만 당신은 살아남으라는 마음만을 라이언에게 새겨주고서. 이별을 길게 할 처지는 되지 못했다. 라이언의 산소는 이미 고갈되었고, 자신이 내뿜은 이산화탄소에 시시각각 질식해가며 자신을 살리기 위해 죽기를 택한 맷에게 마지막 인사와 죽은 딸에게 전언을 남긴다. 사소하지만 어린 딸이 살아서 듣게 해주지 못했던, 매일 퇴근길 운전대 뒤에 앉아있을 때 입안을 맴돌 수밖에 없었던 그 말을.

    “It’s time to stop driving. it’s time to go home”

    이로써 라이언은 죽음만을 바라보게끔 자신을 얽매던 마음의 짐을 맷에게 온전히 맡기고, 대신 죽은 맷이 건네준 생명을 살아내기 위한 투쟁을 시작한다. 첫 대목은, 새 산소로 가득한 ISS에 들어가 우주복을 벗고 까무러쳐, 태아의 자세로 웅크려 잠드는 것이었다. 죽음의 권세에 놓인 옛사람을 죽이고 대속자의 새 생명을 받은 새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 우주의 태로부터 자신의 출생을 다시 겪는 것이다.

    생명의 탄생은 쉽지 않다.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모든 순간이 문자 그대로 지옥의 아귀다. 한 발짝 떼면 수렁이요, 한 발짝 떼면 덫에 빠지는듯한 괴로움에 한순간 완전한 체념에도 이르지만 맷이 전해준 생의 불씨는 쉽사리 꺼지지 않았다. 번번이 시뮬레이션에서 우주선을 터트리던 옛날과는 달리, 라이언은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여정을 끝까지, 훌륭히 수행한다. 새 삶이 시작될 라이언의 지구는 그의 생의 열망에 호응하듯, 또한 시험하듯 뜨겁게 강렬한 중력으로 끌어당기고, 마침내 미국 중서부의 한 강가에서 침례의 의식을 마친 라이언은 그의 강인하고도 가녀린 두 다리로 새 삶을 얻은 자의 걸음마를 시작한다.

    ‘Gravity’

    지난세기말부터 시작된 본격적인 관측과 탐사에 의해 우주가 점차 해명되고, 이제 상업적 우주여행이 가능한 시대에 들어섰음에도, 아직까지 우리가 보아온 많은 우주영화들-스타트렉, 플라네테스, 그리고, 그리고 기타등등-에서의 우주는 정복과 개척의 영역이라는 우악스런 심상으로 다루어질 뿐이었다. 아직 알지 못하고, 알지 못하기에 신나거나, 무섭거나. 익숙한 기독교 신화를 어두운 우주 건너편-중력Gravity궤도권-지구라는 배경을 통해 다시 그려낸 이 영화를 보자니, 이제 대기권 밖의 검은 바다는 인류의 근원적인 심상으로 품어낼 수 있는 친숙한 공간이 된 듯 하다.

     

     

    여담.

    구원받은 여주인공의 이름은 라이언 스톤이고, 구원자 남주인공의 이름은 맷 코왈스키인데, 폴란드 어원의 코왈스키라는 성에는 대장장이라는 어원이 있다고 한다.. 돌이라는 이름을 지닌 모 수제자씨와 대장장이…는 아니고 목수 출신의 모 교주님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

    라고 하면 좀 오바지만.

    오바니까 여담으로.

  • 궁상타임

    0.

    자전거를 타고 운동하며 이루어지지 않는 짝사랑과 기타 등등 온갖 인생의 역경을 곱씹으며 신음하던 차

    1.

    최근 누군가에게 집적거려보고싶은 것도 있고(망했으나), 모처럼 나도 하호호호 사람들이랑 웃어보고도 싶고 해서 페이스북을 잡고 뭔가 써보려고 했으나, 도통 쓸 말이 없더라. 아이알씨나 트위터에는 할말 못할 말 다 쓰면서, 얼굴 대고 보았던, 볼 수 있는 사람 앞에서는 할 수 있는 말이 하나도 없구나. 나는 굉장히… 마음을 닫고 있구나 하는 걸 새삼 깨달음. 마음과 생각을 다스리는 데에 방종하여 나오는 말 다 뱉던 것이 뭔가 괴물처럼 된 부분도 있는 것 같고, 도저히 속내를 사람앞에 못보여줄 것 같이 부패한 부분도 있고 그렇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트위터로는 연결된 어떤 사람들이랑 소원해진 것이, 내 찌꺼기같은 모습에 학을 떼서인가 싶기도 하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줄 수 있도록 고민하지 않고 살아왔고, 거기엔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또 그렇지만도 않은가 하면서 약간 고독한 기분이 들던 찰나.

    아… 아 이것이 자정무렵 수컷들의 궁상인 것인가…!

     

    2.

    톡톡히 배운것이기도 하거니와 지론으로 삼게 된 것이, 심야에 무언가를 결정하지 말고, 해 뜨기 전까지 그 기분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 것이었기에, 그 궁상부리는 나를 아주 조금은 떨어저 관조할 수 있었다.  이건 궁상이다. 수천년 신화와 문학과 음악과 온갖 예술을 만든 사람들이 구슬피 읊어온 그것………

    예술이라고 보고들은게 그런거 천지니 인간들이 그렇게 궁상맞은가 뭐 그런 생각도 하면서, 스스로 모습이 너무 우스꽝스러워서 간만에 비탄한 심정이 조금 가심. 해뜰때까지 기다릴 것도 없었네.

     

    3.

    그래도 연애는 하고싶고 친한 친구는 조금 더 만들고 싶구나. 반성하고 갱생을 도모할 일이다.

     

     

  • 보리를 키우고 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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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험실 선배가 준 보리씨앗을 적신 휴지에 사흘간 불리니 싹이 돋고 뿌리가 났다. 뿌리에서 잔가지 친 솜털같은 projection은 휴지와 융합하는 지경이라 휴지를 잘라내야 했다.

    다른 선배에게 받은 선인장용 흙과, 연구실 밖에서 긁어온 진흙을 대충 섞어 화분을 만들어 심고 또 이틀 기다리니 벌써 싹이 오른다. 한시간에 이삼미리는 충분히 올라오는 것 같다.

    우후죽순? 이란 말이 생각나는데, 눈돌리면 눈에 띌만큼 쑥쑥 자라는 것이 참 신기한.

    식물 기르는건 생각보다 재미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