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블로그입니다.

Tacit knowledge


1. Behavior experiment chamber에 들어가는 부품중 우리가 그리드grid라고 부르는 물건이 있다. 스테인레스 봉들을 일렬로 배치해 놓아 그것을 발판삼아 쥐가 놀다가 footshock을 받을 수 있게끔 만든건데, 격자가 아닌데 왜 그리드라고 부르는진 잘 모르겠다.

2. 이게 오래되면 어딘가에 녹이 슬건, 납땜이 불량해지건 여튼 알기 힘든 다양한 이유로 노화되어 새로 몇 개쯤 제작하고 쓰던 건 갖다 버려야하는가보다. 어젯 저녁부턴가, 그래서 새 그리드를 만들테니 스텐봉을 제작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주문을 하도록 하라고 일을 맡게 되었다.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한건, 누군가는 분명 설계를 했고, 또 누군가는 주문을 했을(듣자하니 부품을 조달하는 게 이게 세 번째라고 한다) 이 부품을 주문하기 위해, 내가 직접 치수를 재고 제작이 가능한 업체를 수배해야된다는 거다.

설계도? 최초에 사용한 사양서? 없다. 이전에 사용한 견적서? 없다. 전에 받은 명함? 그런 거 없다. 전에 제작한 선배도 이걸 어디서 주문했는지 까먹었다는 것 같다. 오리무중이다.

내가 일을 배울 수 있기도 하니 뭐 지금 상황이 전혀 불만스럽다던가 한건 아니다. 랩이란게 도합 10명도 안되는 조직이고, 거의 일년 이상 똑같은 일(실험)을 반복하며 같은 업체에 시약이고 실린더고 주문하는 일상이 계속되는게 일상이다보니, 이런거 매뉴얼 만들어두는게 오히려 여상치 못한 일이긴 하겠다. 이런거 주문이야 어차피 닥쳐서 맡은 담당자 한 사람이 한 번 겪고 다음 사람이 그 일 또 할지 안할지 못하는 일이고.

3. 그래서 뭘 어쩌잔 이야긴 아니고, 전에 만든 부품을 다시 만드는데 치수부터 업체까지 다시 확인하는 게 그냥 좀 희한하다 싶은 경험이라 일단 남겨둔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