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블로그입니다.

resurrection


0. 후아. 인터넷이 부활했던건 화요일이었으나,

ip가 바뀌어서 도메인이 죽어있던 통이라 사이트의 부활은 오늘에야 가능했다. 내겐 몇가지 일이 있었는데,

1. 우분투를 사용하게 되었다. [1]

할말은 존나 많은데 길어서 짤라뒀다 숫제 날려버렸으므로 다음에 쓰겠음.

3. 간만에 하드디스크를 정리했다.

파일을 잘 안지우고, 정리도 안해두는 편이라 늘 바탕화면에 치덕치덕 파일을 생성하고, 좀 번잡하다 싶으면 새 폴더나 찌르레기같은 무성의한 이름의 폴더를 생성해 몰아놓고 보관하기를 어언 5년. 작년에 컴퓨터를 옮아오면서는 숫제 전의 컴퓨터의 하드를 새 하드에 적당히 storage같은 이름을 붙이고 때려넣고는 그냥 필요한게 있으면 들어가서 찾아오고 했다.

디스크 용량도 좀 모자라고, 데스크탑에도 우분투를 깔아보려고 적당히 공간을 만들어야겠고 해서 옛 파일들을 뒤적였다. 추억거리가 이곳 저곳에 있더군.

교지…는 아직 추억이라기엔 망각의 먼지가 덜 쌓인 이야기지만, 거기서 싸냈던 글의 조각도 조금 있다. 교지 글은 거의 다 구글 docs로 클라우드 환경에서 작성해서 하드에 많이 남아있을 일은 없는데, 마감할땐 어쨌든 hwp로 작성을 했어야하기에 최종본에 가까운 파일들이 조금 있군.

그보다는 역시 CCC에서 있었던 시간들이다. 거기서 필요해 만들었던 동영상, 음악들의 작업도중 파일들, 결과물들, 거기서 찍었던 사진들.

제일 심장속을 간질였던 파일은 그중에서도 중국식_덮밥(SB)-shimbo1012.doc 이다. 아니 웬 중국식 덮밥ㅋㅋ. 뭐, 떠올리는데 수고가 필요한 이야긴 아녔다. 금새 그 근처의 시간과 장소, 빛과 냄새가 그려지는군.

CCC의 형제들과 신림동에서 한 집에서 자취/하숙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곳은 자취/하숙방인 동시에 종교훈련시설이자 CCC 서울대 지부의 부속공동체였는데, 방비의 일부를 떼어 모아 현재 전세로 구한 그 건물을 계속 확장시켜 궁극적으로는 빌딩을 한 채 사자는 약간 막연한(기간설정도, 구체적인 목적도, 현실적으로 평가한 플랜도 없음) 목표를 위해 기금을 조성하고 있었고, 그 기금은 한 투자은행에 거치시켜 보관하고 있었다.

우리와 거래하는 그 은행의 한 지점은 어디더라…. 방배동 근처에 있었던 것 같은데,  아시다시피 동네가 동네인지라 무슨 유기농 식료품 전문 마트가 들어서 있었다.

그때 내가 가장 존경했던 형제중 하나인 ㅎㅂ은 묘한 방향으로 실용주의적이고 실증주의적인 , 거기에 의심도 많은 성격인데, 예컨대 합성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맛과 화학적 영양가에 상관없이 무조건 싫어한다. CCC의 자매들이 찜닭을 해줄 때 거기에 콜라가 팍팍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입맛을 잃는 놈이다. 여기저기 음식에 이상한 장난을 치는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겠느냐 실존에 위기감을 느끼는 그런 녀석. (뒷문장은 반쯤 뻥이다만)

그 유기농 식료품점을 보고 ㅎㅂ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ㅎㅂ이라면 엄청 좋아할거야. 생각하곤 들어가서 막연히 중국풍 음식을 해주면 좋겠다 싶어 청경채, 마늘, 양파, 팽이버섯, 쇠고기, 쇠고기 육수, 전분정도를 집어왔고, 방에 와서 중국식 덮밥의 레시피를 정리해 인쇄를 위해 doc파일로 만들어 출력했다. 요리는 성공적이었고, 나와 학봉 외엔 맛본 사람이 얼마 없었던 것 같지만(아마 간사님과, 간사님의 중요한 손님이 사랑방에 마침 방문해 때아닌 식사를 대접받았던 것 같다.)

ㅎㅂ은 선한 녀석이라 아마 내 뜬금없는 선물을 고맙게 여겼던 것 같다. 그 뒤로도 꽤 오랫동안 내 중화요리 실력을 사람들 앞에서 칭찬했고, 그 음식을 떠올려줬던걸로 기억한다. 동시에 성격상 빈말이 입에서 나오는 녀석은 아니니, 그도 중국식 덮밥에 꽤 만족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굉장히 기쁘고 으쓱한 기분을 한동안 누렸었다.

뭐, 그런 배부른 기억이 떠오르는 하드디스크 정리 시간이었으니, 수고에 비해 값진 시간이었다 하겠다.

4. 그러나 내일

아침에 잘 일어날 수 있을까 ㅡㅡ; 며칠동안 우분투 깐 이 컴퓨터(지금 타이핑하고있는 머신)에 매달리느라고 3시 이전엘 못 잤는데 오늘도 그리 일찍 잠들진 못하게 생겼다.

5. 아 오늘 학교 축제

ㄱㄷ과 놀고있는 ㅇㄹ가 날 불렀다. 너무 가고싶었다. 내일 출근하고, 오후엔 축구까지 뛰어야 하겠단 생각에 이르니 이건 도저히….

아 씨발 너무 슬프다 엉ㅇ엉엉 나에게 친구와 술을! 대화를! 눈동자를 맞추고 시간을 태우는 그 순간을!!!!!!

 

잠을!!!!!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