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황보고

    0. 연애중

    올 초 쯤 부터 운좋게 정말 괜찮은 사람과 알고 지내게 되었고, 지난달부터는 정말 운좋게도 그 사람과 연애를 하게 되었다.

    아직 알고싶고, 알려지고 싶은 것이 많지만, 이 사람과는 함께 삶을 견딜 수 있겠다, 이 사람의 삶을 지탱하고 싶다, 기대고 싶다 뭐 그런 생각이 매일 더해져 가네요.

     

    1. 행복

    이란 단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내 인생정도면 충분히 많은 것이 주어진 편이지만, 그럼에도 만성적인 (주로 경제적 불확실성에서 인한) 불안을 제거하는 것만으로 벅찰 듯한 삶이고, 성취, 덕질이나 교우관계로 일시적으로 즐거운 게 고작인데 언감생심 행복이라니 허망하게 여겨져서.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정도의 삶을 유지하는 것이면 만족하고, 딱히 난 행복 씩이나 까지는 바란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온갖 군데에서 행복하세요~ 인간은 모름지기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 행복해지는 방법~ 등으로 뭔가 남용되는 게 싫기도 했고.

    그랬던 게 누군가와 함께가 되니 조금 달라졌다. 누군가로부터 계속 행복감을 느끼고 싶고, 그 사람을 행복감으로 채우고 싶은 마음으로 간절해졌다.

    그래서,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파 에서 “이번에 반드시 너만은 행복하게 해 주겠어”라고 말하고, Q 에서 자신을 믿어달라고 DSS 초커를 뜯어 제 목에 걸던 카오루 군을 인용하며 연애 관계에 임하는 자세를 그 사람 앞에서 다짐해 봄.

     

    좋아해요, 저도 좋아합니다. 로 시작한 나와 그 사람의 관계에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벌써부터 무서워 죽겠지만

    내가 내 말의 무게를 과소평가한 것이 아닌지, 내가 주고싶고, 줄 수 있는 것이 그 사람이 바란 것이 정말 맞는지, 시간이 지나도 내가 이 사람과 함께 행복해지고 싶어할지 여전히 모든 게 다 알 수 없고 두렵지만,

    감히 근거 별로 없는 희망을 가져 보고 있음.

    2. 사람이 가장 흑역사를 생산하기 좋은 오전 2시…

    를 넘기며 늦게나마 침대로 돌아감.

  • — AndCat (@cat_cons) 2015년 3월 17일

    놈들은 더욱 조야해지고 노골적이 되었다. 궁지에 몰린 탓이다. 좋은건 아닌게 우파가 궁지에 몰린게 아니라 매체가 벼랑끝에 매달린 시대가 된 뿐이라.

     

  • 성소수자와 나 1.

    호모나!호모를 보고 호모나!를 외치는 miza의 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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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연재! 성소수자와 나 제 1편!
    은 아니고 이 주제는 몇번 더 말할 것 같아 그냥 번호를 달아봄.

     

    1.
    교지 편집하던 시절, 퀴어 글 만들다가 이런 발언을 했던 적이 있었다…. 있었던 것 같다.

    “-헤테로에게는 퀴어가 생리적으로 혐오스러울 수는 있지(!!), 나도 좀 그런 게 있고(!!!)-”
    그땐 아리까리했지만 지금은 그자리에 있던 편집위원 몇은 스트레잇이 아닌걸로 알아. 이자리를 빌어 사과를 일단.

    그때 왜 그런 소릴 했냐면 내안에 작은 호모포비아가 있는것같아서 어쩌지 하고 고민하게 된 계기가 있었거든. 별건 아니고 어느날 퍼질러 자다가 어릴적부터 알아온 게이 친구에게 엉덩이를 뚫리는 꿈을 꾸다 황급히 깬 것. 그냥 개꿈이고 지금 그런꿈을 꿀 것 같으면 혐오감도 죄책감도 뭣도 없이 미지의 세계를 음미했겠지만 당시의 나에겐 어라 이게 뭐지 였다. 나도 나의 남성성을 전복시키는 게이들의 존재에 무의식적인 두려움을 품고 있었던건가…? 나도… 호모..포비아의 소질이 있나…? 이런 내가 포비아를 맘껏 힐난해도 되나…?

    후… 그뒤로 한동안은 선천적/본능적 호모포비시티(?)의 존재에 대해 한수 접어왔다. ~본능적인~ 역겨움이 있을 수 있고, 그게 강한 사람들은 그냥 입밖으로만 안꺼내주십시오~ 굳이 그걸 틀렸다고는 못하겠지요… 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개꿈 한번 잘못꿔서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개쫄보로 살았었던 것이다…

    몇년을 더 산 뒤에야 호모포비시티(?)야말로 사회적으로 주입/육성된 마인드셋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 2011 MBP 15″ vs 2013 MBA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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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년 여름, 석사 입학시절 아버지에게 선물받은  15인치 맥북 프로 노트북에는 애착이 이냥저냥 가는 것이 아니다. 첫 맥이라서일까. 당시에는 주관적으로나 객관적으로나 더할 데 뺄 데가 없이 탄탄해보였던 디멘션이 시대가 변해 육중한 사이즈가 되었지만 내 눈에는 아직도 이만한 컴퓨터가 없다. 정말 정말 예쁘고, 정말정말 사랑스럽다. 이게 내가 지금 말로만 사랑한다고 하는게 아니다. 실제로 여기다 해줄 수 있는 업그레이드는 다 해줘왔거든;; 교체 가능한 파트는 이베이를 긁어 모두 상위, 최신형 부품으로 갈아주다보니 결국엔 껍데기는 2011초기형 220만원짜리 모델이 속은 2011 후기형 270만원짜리 모델이 되어버렸다.
    1.
    그러다가 최근 발표된 새 맥북 소식을 듣고 역시 애플! 하며 감탄하다가, 그 감탄이 엉뚱하게도 온라인 리퍼비시샵에서 11인치 맥북 에어를 주문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언젠가 애플이 최고의 에브리데이 노트북! 이란 표현을 쓴 적이 있었는데, 그런 카테고리의 노트북을 써보면 어떨지 궁금했달까? 여태까지는 미디에 게임에 연구에 컴퓨터 하나로 모든게 가능할 수 있길 바랬기에 휴대성보다는 성능이 압도적인 노트북을 원해왔었는데, 멋지게 뽑힌 맥북을 보니 저렇게 하루종일 갖고다니면서 인터넷하고 채팅하고 문서나 보고쓰고하는 노트북이 있으면 확실히 편할 것 같네 싶었거든. 그래서 새로 나올 맥북과 비교해서 성능, 배터리타임, 디멘션이 비슷한 MBA를 대신 써보자 싶었던 것. 쓰다 환불할 생각으로, 뭐 정 맘에들면 할부 업고 1년 고생하지 뭐 하는 생각으로… (글렀다) 좋긴 좋았다. 가볍고 예쁘고 인텔이 이번에 낸 저전력 CPU덕에 배터리는 겁나오래가고;;이것저것 해보다가 매트랩(MATLAB)을 시험삼아 돌려보기로 했다. 요새..대략 한달 전부터 confocal 사진을 찍어다 분석하는데 이미지제이 슬라이더 문대는 대신 쿨하게 매트랩 코드짜서 쿨하게 코드 돌려버리고 있어서. 사실 이런 쪼끄만 랩탑을. 클럭수도 거의 반토막인(샌디브릿지 i7 2.5GHz vs 하스웰 i5 1.3GHz) 귀여운 녀석을 현업에 투입할 생각은 없었지만 뭐, 재미삼아.2.

    그리고 본인은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MBP에서는 그림 한장 분석하는데 64초가 걸리던 코드였는데 MBA새끼가 58초에 끊어버려서. 게다가 늙은 MBP는 연산이 격해지면 팬소리가 무슨 공항에서 엔진 데우는 항공기처럼 우렁찼는데 맥북 에어는 새침하게 팬 RPM이 천오백을 안넘기는 것 같았다.어떻게 이런일이. 하스웰 터보부스트가 1.3->2.6기가헤르츠로 두배 뛰니까 맥북 프로의 2.5기가랑 비슷해서? 아니아니, i7이 가만히 있나. MBP 샌디브릿지도 2.5GHz->3.6GHz까진 치고올라가는데. 억울하고 원통하기가 그지없었다.  신참 2013 MBA가 큰형님 앞에서 머리박는 장면을 기대했는데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하도 억울해서 오후에는 구상만 하던 작업을 결국 해냈다. 싱글스레드로 돌아가던 코드를  멀티스레드로 돌아가게 개조한 것. 덕분에 MBP가 35초 끊을 수 있게 되어 큰형님 체면은 살렸다. MBA에서 새 코드를 돌려보지는 않았지만, 코어 수가 절반인 만큼 45~50초는 필요할 것

    아무리 그래도 2년의 기술발전이란 정말 “괄목상대”해야겠구나 깨달았던.

    3.

    심지어 집에 썬더볼트에 물려놔도 팬소리가 시끄러운 MBP에 비해 MBA는 거기 있는줄도 모를만큼 조용하다. 개압승; 이러면 안되는데.

  • 야요이오리

    0. 그림그려다

    yayoiori

     

    Iori Minase -버버리 울 알파카 니트 코트 KRW 1,110,000 닥터 마틴 2976 KRW 225,000

    Yayoi Takatsuki -ZARA 핑크 이미테이션 레더 자켓 KRW 99,000, -ZARA 버터플라이 원피스 KRW 49,000

    (설정에 충실하려고 애쓴…)

     

    1.

    게임 아이돌 마스터의 소녀들중 이오리는 다른 인물들과 달리 이미 실력과 비전, 직업의식이 완성되어있다는 점에서 독특한 부분이 있는 캐릭터이다. 그에 더해 대기업집단 미나세 그룹의 2세라는 ㅎㄷㄷ한 출신성분이 더해져 이미 넘치는 능력에서 나올 수 있는 당당함과 고압적인 태도로 뭇 프로듀서(플레이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의 유일한 고민은 그룹의 후계자로 일찌감찌 낙점받은 손윗형제들에 비해 세평으로도, 자평으로도 능력이 처진다는 것. 사실 그가 톱 아이돌이 되기로 결심한 계기도 여기에서 출발하는데, 가문의 후광 없이 홀로 입지전을 써 형제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자신을 증명하겠다는 것이었다.

    한편 야요이는 이오리와는 영 반대로 가난(…)한 2녀 3남 집안의 장녀로, 만원어치 숙주나물로 잔치를 벌이는 것조차 사치스러운, 빠듯한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아이돌을 시작했다. 발랄한 머리 색의 캐릭터 디자인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시종일관 원기가 충만한 귀여운 계열의 캐릭터인데, 게임상 최하위의 능력치로 묘사되듯이 실력은 여타 동료들에게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단점을 극복하는 것은 장녀로서 어린 나이에 가정을 책임지는 꿋꿋한 사명의식과, 다소 어둡게 비춰질 수도 있는 가난한 가정 형편을 덮어버리고도 남는 건강한 미소다. 이런 점들이 이오리와는 정 반대의 방향으로 프로듀서들이 애정을 갖고 그녀를 프로듀스하게끔 한닷.

    공식/동인을 막론하여 묘사되는 이런 두 캐릭터간의 유대는 다른 동료들간의 그것과는 달리 또 각별하다! 어느 누구 앞에서도 당당한 이오리지만 한살 어린 야요이의 꿋꿋함과 의젓함 앞에서 한수 접고 누그러져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야요이는 그 존경과 호의를 구김살 없이 받아주고 원기왕성하게 선배 이오리의 길을 거침없이 쫓아가는 모습으로 보답하는…. 크…모에하다능….

    여하튼 그런 둘이 잡지 화보를 찍는 일을 같이 하게 됐다는 설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