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블로그입니다.

소개의 말


이따금 생각하는데, 인터넷 필명을 너무 오래 쓴 것이 아닌가 싶다. 인터넷 밖에서 호명되는 한국어 이름 n자가 이미 있는데, 굳이 제손으로 지은 이름을 수십년씩 써가며 애착을 붙일 일인가… 옷도 한두철 입으면 새 옷을 장만하듯이 인터넷 필명도 굳이 오래 붙들고 있는 것은 촌스러운 일인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특히 서브컬쳐 오타쿠 남자의 경우, 자기 필명을 짓는 시기와 장소라는게 뻔하고 그 결과물도 뻔하지 않나.. 생각이 덜 여물딱진 시절에, 쓰레기같은(죄송) 커뮤니티에서 활동을 하며 이름을 짓다보니, 사춘기 소년~영 어덜트인 자신이 흠모하는 귀여운 일본인 여성 캐릭터의 이름을 딴다거나, 좀 더 슬프게는 자신이 이입하는 멋진(ㅋㅋㅋ) 일본인 남성 캐릭터 등 하여간 수치스러운 소재를 정성스레 사용하여 인터넷 필명을 짓곤 하는데, 이걸 당장 쓰는 젖살이 덜 빠진 20대 초반에는 필명과 필명 쓰는 이에게 풍기는 풋내가 서로 어울린다 해도, 시간이 지나고 어설퍼서 좋았던 상큼함도 상한 과일처럼 시큼해지고, 기괴한 느낌이 되어버려서…

소개하겠다는 페이지에 왜 이런 실례되는 소리나 하고 있느냐 하면 이 블로그의 옛 이름이 mizasquare.net으로, 내 인터넷 필명을 따서 지은 사이트 이름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버닝갑환 이라는 이름으로 작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활동하다가, 괜히 촌스럽다는 이유로 (애초에 버닝갑환이라는 필명은 버닝거한 이라는 근처 동네 유저분의 필명을 표절한 것이기도 하고…) 미친과학자 로 필명을 고쳐지었는데, 이를 친구들이 미자 라고 줄여 불러준 것이 마음에 들어 이를 변주하는 과정에서 (미자미자 -> 미자^2 -> 미자스퀘어) 나온 이름을 블로그 이름으로 따온 것이다.

한편 mishiro.pro라는 현재 도메인은,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에 걸쳐 감명깊게 즐긴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라는 프랜차이즈의 애니메이션과 핸드폰 게임에 등장하는 아이돌들의 소속된 가상의 회사 미시로 프로덕션에서 따온 이름이다. 해당 프렌차이즈는 평범한 청소년~청년 여성인 다양한 주인공들이 아이돌로서 성장해나가는 과정, 그리고 플레이어 캐릭터인 프로듀서와 연모의 감정을 키워나가는 과정을 신데렐라가 공주가 되는 이야기에 빗대어 풀어나가는데 이러한 설레는 일들이 일어나는 장소는 곧 아름다운 성이 아니겠느냐….는 아이디어로 아름다운 성을 일본어로 조어하여 만들어진 이름이다. 1

다시말해 블로그 내용이랑 상관이 거의 없는 도메인이다. 몇년 전까지 아이돌마스터 신나게 즐기던 시절에는 그림도 이따금 올리고 했지만… 지금은 그것은 그저 나의 낡은 청춘의 조각의 흔적 같은 것이네.

분명 문장을 짓고 글을 쓰는걸 좋아해서 이렇게 꾸준히 블로그 운영에 도전하고는 있는데, 그걸 잘 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리고 대학에서 교지를 같이 만들던 친구들께 죄송한 마음이 깊어져감…) 사실 진짜로 좋아하는건 글쓰는 행위조차 아니고 그냥 키보드를 만지고 컴퓨터를 조작하는 행위였던 것 같음. 그래도 인생은 짧으냐 기냐 따져보면 두려울 정도로 길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언젠간 어느 시점의 나보단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으리라는 정도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운영하는 블로그입니다.

  1. 아름다운 성을 일본어로 표현하면 우츠쿠美시이 시로城 가 되는데, 이 우츠쿠시이美를 음독으로 읽어 미시로가 된 것이다. 굳이 규칙을 비틀어 조어한 이유로는… 일본어는 음절이 제한적이라 많은 일본어를 숫자의 나열로 쉽게 표현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통닭집 전화번호로 9282를 사용하는 것 처럼… 근데 한국어에서보다 훨씬 제약이 덜하다고 여기면 됨), 한편 이 프랜차이즈에 등장하는 아이돌의 소속 회사 이름은 숫자 세자리로 표현할 수 있게끔 작명하는 전통이 있기 때문. 우츠쿠시이 시로를 미시로로 비틀면 숫자 346이라고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별거 아닌데 설명을 이렇게 길게 해야한다. 사실 오타쿠끼리는 한두문장 안에서 설명이 가능한 부분인데… 미친 고맥락 오타쿠 문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