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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 든 도둑을 때려죽이고싶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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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ugo
1.
평소처럼 스누라이프와 트위터를 즐기다보니 불판을 뜨겁게 달군 기사가 하나 있었다.

<새벽에 든 도둑 때려 뇌사시킨 20대…과잉방어 논란>

이야기의 주인공이 늦은밤 얼근하게 한잔 하고 집에왔더니, 아이쿠야. 집에 도둑이 든 것! 분노한 집주인은 도둑새끼를 제압한 뒤 무력을 행사했고, 도둑은 민첩스탯이 딸려서 귀환주문을 채 시전하지 못하고 그자리에 누운 모양.

판결문까지 보면 무력의 정도를 자세히 알 수 있다. 얼굴에 정타를 먹여 다운을 이끌어내고, 이어서 도둑의 머리를 공삼아 수차례의 싸커킥을 날린 뒤 근처의 빨래건조대를 휘두른데에 이어 허리 벨트를 풀어(주인공은 도대체 어디서 뭘 보고온건지?)찰싹찰싹 징벌을 가했다고 한다. 다양한 코스로 오래도록 이어진 매찜질에 도둑은 HP 0…. 결국 뇌사하였고, 법원은 방위를 목적으로 행했다고 가늠할만한 정도 이상의 무자비한 폭력을 가해 살인에 이르게 된 주인공에게 징역을 선고했다는 이야기다.

2.
고인께는 실례지만 어쨌든 하직하신 도둑분은 그다지 딱하지 않았다. 왜 뻘짓하고 다녀;; 그보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병원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자살했다는 도둑의 형이 안타까웠는데 돈때문에 또 사람이 죽는구나 싶어서 굉장히 안쓰러웠다.

그보다 주인공에 대해선 술기운이 들었기로소니 사리분별을 못하고 사람을 죽이다니 ㄷㄷ 오래도록 사회로부터 격리되어주시길;; 싶었는데, 일부 여론은 나랑 생각이 좀 달랐던 모양.

자기 집에 침입한 침입자가 흉기를 소지했는지의 여부도 모르는데! 이놈이 도망치는척 내 뒤통수를 칠지도 모르는데! 이새끼가 집안에 곤히 자던 나’의’ 여동생을 겁간하고 퇴거하는 길일수도 있는데! 블라블라 여하튼간의 다양한 가능성이 있는데!!! 왜 내집에 들어온 씨팔새끼를 내맘대로 조지지 못하는 것인가….! 무슨놈의 범죄자새끼 왜 인권을 지켜주고 지랄이야…! 미국같았으면 샷건 쏴도 무죄야…!(여기가 아무나 총들고다니는 미국이냐… 게다가 필요 이상으로 많이쏘면 이새끼 쫓아내려고가 아니라 죽이려고 쐈구나 하고 유죄라고 한다) 등의 반응이 많이 보여서 와나 이새끼들은 왜이렇게 미개한거지 하는 경악감이 하루종일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상호간에 인권을 가진 개체로 대하고 그러한 이들간에 생기는 분쟁과 이해관계를 법치로써 조율하는 것이 금수의 도리를 따르는 원시인과는 다른, 시민사회를 이룬 현대인의 방식이다. 자주 생각하는데 인권과 법은 그에 의해 보호되고 보장받는 쪽보다는 그것을 지키는는 쪽이 인간다워지기 위해 만든게 아닐까. 범죄자 인권같은걸 왜 지켜주나요! 피해자의 인권은?!?! 이런소리하는 놈, 자청해서 금수로 살겠다는 놈들 보일때마다 모두모두 모아서 목줄매고 여물먹여다 거름농장차리고싶은데 후후…

‘저같으면 앞뒤 안보고 죽을때까지 패고 보겠습니다. 어쨌든 그러면 다시 도둑들 걱정도 안들고 안심이잖아요?’ ‘칼로 쑤셔버릴겁니다’ 하는 쎈척하시던 분들… 부디 그러실 수 있으면 그래보시길 바라며,  가능하시다면 그런식으로 님이 그렇게 혐오하시는 범죄자가 스스로 되시기 전에 하루속히 인간사회를 떠나 대소변으로 영역표시하고 힘과 슬기만으로 식량과 자원을 쟁취하는 세상으로 얼른 꺼져주시길…. 이 사회라는거 님들한텐 좀 갑갑하지 않나요?

3.
왜 저런생각을 하는놈들이 그렇게 많았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간다. 21세기 남성에게 테스토스테론 분출할 기회가 없어서 많이들 욕구불만이 쌓인건지(게임을 하세요!), 이것도 세월호 정국과 맞물려 자기 호신은 누구에게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정서가 반영된건지, 그냥 중2병이 발현해서 쎈척한건지, 범죄자/하층민의 세계랑 멀리 떨어진 중산층 도련님들의 내면화된 혐오/계급의식이 발로한건지. 노숙자 죽이고다니던 공공의 적 조규환 생각도 나고 막 그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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