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발매된 직후 9월말-10월초엔 휴가를 내서 백작부인과 함께 일본에 놀러갔다 왔는데, 휴가 다녀와서 곧장 함께 젤다 신작을 달렸다.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의 경우 일본어 제목도 영어명을 그대로 읽은 카타카나 표기를 사용했고, 한국어 제목도 한글로 영문명을 읽은 표기를 사용했는데, 이번 젤다 신작은 한국, 일본, 영미가 제나라 말로 번역된 제목을 갖게 되었다.
일본어 타이틀명은 젤다의 전설 지혜의 빌린 물건 (치에노카리모노)이라고 한다. 카리모노라는 표현이 뭔가 (서양 동화속의) 마법이라기보단 (동아시아 전래 동화속) 도술? 요술? 같은 느낌의 어감을 주는 것 같음. 이외에도 게임 내에서 npc들이 재앙때문에 사라지는 현상을 우리말로는 증발 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일본어로는 아마 카미카쿠시였던거같음. 2D 젤다들은 의외로 서양 동화속 왕국이라기엔 오묘하게 무국적인 느낌이 여기저기 있음.(캐릭터들이 금발에 검은 눈이라던가)
그리고 일본어로 지혜를 치에라고 읽는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사람 이름 치에, 치에미, 치에코의 치에도 우리말의 지혜랑 같은 단어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개발자에게 물어보았습니다. : 젤다의 전설 지혜의 투영
개발자에게 물어보았습니다. :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
개발측에서 이번 젤다의 전설을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시간의 오카리나, 스카이워드 소드 등의 주인공 등 뒤에 카메라가 있는 ‘3D 젤다’와는 구분되는) ‘탑뷰형 젤다’, 내지는 ‘2D 젤다’ 로 별개로 여기고 있으며,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로 입문했지만 꿈꾸는 섬에는 냉담했던 백작부인처럼) 유저층에서는 굳이 3D 젤다가 아닌 게임을 기대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탑뷰형 젤다에 애착을 갖고 있는 것 처럼 보이는 점이 인상적.
이번 게임은 밸런스를 묘하게 맞췄달까, 구름 이나 침대 같은 오브젝트로 맵 서쪽에서 동쪽까지 모든 장애물을 무시하고 일주한다던지, 보통 게임에서 버그성 플레이로 여겨졌을, 한 능력을 무한정 착취(exploit)하는 플레이를 장려하되, 그렇게 착취할 수 있는 능력을 여러 종류로 잔뜩 제공하고 있다. 많은 게임들이 총이 안듣는 상황에 칼을 꺼내게 만들고, 칼이 안듣는 상황에 갈고리를 꺼내게 만들며 가능한 골고루 능력을 익히고 활용하게끔 하는 것과 달리, 최대한 게임이 망가져서 엉뚱해보이는 방향으로 타개되도록 (인터뷰에서 ‘개구쟁이’ 라는 표현을 사용했음) 게임을 만들었다는게 기억에 남는다.
기억에 남는거 한가지 더 기록하자면, 이번 젤다의 전설의 메인 테마 멜로디? 링크의 테마가 도-솔(낮음)으로 4도 하강하는 두 음표로 시작하는 반면, 이번 젤다의 여행 테마는 도-솔(높음)으로 5도 상승하는 두 음표로 시작하는 거. 젤다에겐 젤다의 자장가라는 메인 테마가 있었고,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와 티어스 오브 더 킹덤에서도 결정적인 순간 재생되며 감동을 줬지만, 그걸 모험과 여행의 멜로디로 쓰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그래서 새로 음악을 만드는데… 링크가 주인공이었던 젤다의 전설 모험의 테마다우면서도 링크가 주인공이던 시절과는 다른 멜로디를 만들어야하는데… 하다가 첫 두 음표를 반전하면 어떨까 하고 작곡이 시작되지 않았을까. 아니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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