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라이즌 제로 던은 2017년 2월 28일에 플레이스테이션 4용으로 출시된 오픈 월드 액션/롤플레잉 게임입니다. 대형 독점 게임인 킬존과 같은 게임들을 공급해온 게릴라 게임즈에서 제작했으며, 갓 오브 워와 함께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브랜딩을 위해 소니에서 적극적으로 푸시하는 타이틀 중 하나입니다.
호라이즌은 위쳐3, 엘더 스크롤과 같이 드넓은 자연을 배경으로 한 오픈 월드 게임이기도 하며, 몬스터 헌터를 강하게 연상시키는 약점 공략 및 부위 파괴 시스템을 갖춘 사냥 게임이기도 합니다. 한편 화끈한 전투를 몇차례 치르는 여행을 거쳐 도착한 곳에서는 언차티드, 어새신 크리드 시리즈를 를 떠올리게 하는 벽 매달리기와 퍼즐, 그리고 로어1 가 가득한 유적 탐사 게임이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요새 AAA 게임인 거죠. 저는 전투, 아이템 수집 요소의 비중을 따졌을 때 호라이즌은 TPS 액션 게임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새는 성장 요소와 퀘스트 시스템, 진한 내러티브 요소 등등을 근거로 ARPG 게임으로 분류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게임 이야기를 해봅시다. 호라이즌의 세계는, 어째서인지 들판에는 기계로봇 공룡과 맹수가 돌아다니며 레이저를 쏘는 한편 인류는 가죽옷을 걸친 부족사회로 돌아간 오묘한 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우리의 미래에 세계대전이 발발해서 문명이 초기화된 것일까요?
한편, 에일로이는 어머니 없이 태어나 노라 부족이 성지로 여기는 기계 유적 앞에서 발견된 갓난아이였다고 합니다. 모계사회인 노라 부족에게 어미의 축복이 없다는 것은 그야말로 참람된 일이었기에 에일로이는 미신적인 부족민들로부터 박해 받는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족장인 올-마더 티어사는 기계 성지에서 발견된 그녀가 여신이 점지해주신 큰 인물이라고 믿었기에, 에일로이의 성인 증명 의식에 일어난 외부인 습격사건의 조사를 핑계삼아 에일로이를 부족의 ‘추구자’ 로서 지명하여 노라족의 금기에 구애 받지 않고 세계를 탐색하도록 보냈습니다.
이렇게 마을 밖으로 떠난 에일로이는 사건의 내막, 그리고 미스테리한 세계와 출생 비밀을 풀어나기 위해 여행을 떠납니다.
한편, 여행에서 마주치는 기계 괴물들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플레이어는 상황에 맞춰 여러 가지 무기 및 원소(화염, 냉각, 부식, 부품 파괴 등)를 선택하고 전투 전략을 구사해야 합니다. 원하는 공격 옵션을 강력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무기를 강화하고, 강화된 무기를 통해 적을 효율적으로 사냥하여 또 강화 재료를 얻어 다음 여행을 대비하고, 새로운 적을 만나 기존 전략이 통하지 않을때 다시 새로운 전략을 탐색하는 과정이 주요한 게임 메카닉스입니다..
에일로이는 활, 창, 슬링, 트랩 등 다양한 무기를 활용하여 기계 생물들과 전투를 벌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무기들은 불, 전기, 얼음과 같은 다양한 원소 속성을 갖고 있는데, 기계 생물들은 각각 원소에 대한 약점이 있기 때문에, 상대 기계 생물의 약점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원소 속성을 활용하여 전투를 이끌어 가야 합니다.
전투 전략도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기계 생물들의 강력한 능력과 체력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약점을 찾아내고 이를 공격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무기중에는 데미지에 특화된 화살과 부위 파괴에 특화된 화살이 나뉘어있는데, 예를 들어, 기계 괴물의 안테나를 기계 생물의 허리에 달린 드론 사출장치를 떼어내어 적을 약화시킨 뒤 데미지 화살로 교체하여 쓰러트려 나갈 필요가 종종 있습니다. 에일로이에게 돌진하는 적을 구르기로 회피할 수도 있지만, 활로 다리를 맞춰 자빠트리는 방식으로 위험을 회피할 수도 있구요.
이러한 부위 파괴/공격 요소는 원소 속성 요소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도 하는데, 몸체는 냉기에 저항이 있지만 부품 파괴 화살로 가슴 장갑을 까내고 그 안에 장착된 냉동 탱크를 터트리면 결국 얼어버린다든가 하는 식으로 세심하게 전투에 임해야 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또 무기가 전반적으로 덜 강화된 시점에 상대하기 버거운 적을 만나기도 하는데, 이때는 트랩을 잔뜩 설치하여 기계 생물들을 덫에 빠뜨려 데미지와 상태이상을 가한 뒤 전투에 임하면 생각 외로 쉽게 난관을 헤쳐 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때그때 사용 가능한 기술과 무기, 탄환으로 현재 임한 적을 어떻게 상대할지 고민하는 과정이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이따금은 약한 초식형 기계로부터 부품을 파밍하러 갔더니 불을 뿜는 육상형 괴물이 가까이 있어 내게 돌진한다든가, 그 적까지 회복약을 다 소모해가며 해치웠더니 하늘에서 기계 새가 날아와 냉각수를 뿌려대기 시작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고난이 연속해서 오는 경우가 몇번 있었는데, 이런 순간순간을 기지로 돌파하는 감각이 굉장히 즐거웠던 기억입니다.
이외에도 적들에게 내분을 일으키는 정신공격(?)을 가하는 속성이 있다든가, 각 원소가 유발하는 상태이상이 달라서 쓰임새가 다르다든가 하는 얘기가 있지만 생략하겠습니다. 자원 파밍과 업그레이드가 모두 끝난 후반 시점에는 결국 손에 익고 효율이 제일 높은 한두 가지 무기만 쓰게 될지도 모릅니다. 또 창을 활용한 근접 공격이 초반을 지나고 나면 쓸모가 급감하는 점도, 활로 낑낑거리며 조준하기보단 시원하게 두드려 패는걸 선호하는 경우엔 흥미를 잃게 하는 요소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게임이 유도하는 대로 내 인벤토리 상황과 강화 상태, 적의 종류와 특성을 염두해서 빠르게 짱구를 굴리는 감각이 재밌는 사냥 게임을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 게임 내 세계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게임 내 정치, 역사, 사건 등등을 로어라고 부르는 것 같더군요. 읽다 보면 머리속에 세계관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그곳을 살아가는 이들의 희로애락이 전달돼서 좋긴 한데… 아무래도 신나게 게임하는 와중에 멈춰서 읽는게 페이스가 흐트러질 때도 있고 그렇기도 하죠 [↩]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