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at least for a while.
5.30 서울대 비상총회에서 법인서울대설립준비위원회 해체를 가결하고, 몇번의 재투표 끝에 집단행동으로서 본부 점거에 들어갔고, 행동에 들어간지 한시간 여만에 큰 파찰 없이 성공했다. 운좋게도 줄 서있는동안 총회 성사의 순간을 들었고, 무적자이나마 계단 끄트머리에 엉덩이를 깔고 식이 시작하는걸 지켜볼 수 있었다. 연구실에서 퇴근하고 잠시 들린 아크로에서는 마지막 투표가 끝나가고 있었고, 황라열을 저격한 세대인 포트레이츠 1기 편집자들이 으앙 어떠케 ㅠㅠ 이랬다. 설준위 해체하라! 구호를 따라하던 난 본부가 뚫릴 무렵엔 조금 하이해져서 투표 끝나고 잠시 회의하러 들어간 교지 애들을 불렀고, 그들과 함께 뚫린 본부를 밟아볼 수 있었다.
졸업생으로선 좀 과한 구경이었다.
1. 운동권은 건재했다
고까진 말 못하겠지만, 여튼 죽지는 않았더라. 음, 나로썬 이 상황을 관조하고 뭔가 이야기를 내어놓을만큼 학생운동의 역학을 잘 모르므로, 그럴싸한 이야긴 못하겠네. 아쉽네.
교지 관악과의 인터뷰에서도 말했지만, 기본적으로 난 법인화 게획의 골자에는 찬성하는 편이다. 기초학문 말살은 사실 그다지 설득력 있는 이야긴 아닌 것으로 느껴졌고, 학교 내 경쟁의 심화는 법인화랑 상관없이 심각해질 문제일거고, 등록금 인상 역시 법인이랑 상관없이 이미 알아서 커지고 있는 문제였고. 하여간 서울대 본부가 더이학 학생과 학생자치조직을 학교의 거대 안건을 논하는데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하고, 철저히 무시한채 그들의 계획과 그들의 변화를 준비하는 일련의 흐름에 크게 문제를 느끼고 있었기에 저번의 총투표와 이번 학생회의 비상총회 소집을 응원하고 있었다.
이렇게 잘 될지 몰랐다. 한 이백명이나 모일까 싶었는데 놀랍게도 정족수 1500여명가량을 개회 1시간 20여분만에 다 채우고, 집단행동에 들어갈 무렵까지 1300여명이 남아 본부 점거를 하기로 의결해냈다. 그 마지막 투표가 9시 30분 무렵이었고, 11시쯤 되어 학교를 빠져나올쯤엔 총장실까지 다 따먹고 농성준비를 착착 해나가고 있었다. 와우!
어떤이들은 아직 운동권의 그 꿘스러움, 새내기시절 고학번 선배에 의해 수단으로서(머릿수로서) 운동에 동원된 트라우마를 떨치지 못하고 여전히 꿘은 꿘이라고 쓴숨을 뱉었던 것 같고, 전직 운동권은 본부 점거, 그 다음은 무엇?을 볼 수 없어 갑갑해하는 동시에 2005?년경 본부 점거때 일어난 불상사를 겹쳐보며 조마조마해하며 걱정스러워하고 있었고, 나와 내 교지 친구들은 너무나도 놀랍고 신나는 광경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정신 못차린건 나뿐이지만 캬캬)
이제 어떤 길을 보여줄지, 무엇을 누구에게 말하려하는지는 불명확하기에, 여기저기서 많은 우려를 사는 모양이다.
언제 어떤 투쟁은 안그랬으랴 싶다. 나로선 우리도 하고싶은말이 있다규! 이정도로 하고싶은! 라고 어필하는 모습을 본걸로 충분했다. 그런거 없는줄 알았다. 내 역사상 학생운동-학생사회에서 일어난 일은 구라빨로 총학생회장이 되질 않나, 총학 간부가 식권을 위조해서 돈을 벌질 않나, 도청기를 달아놓고 부정개표를 하질 않나… 각종 병림픽뿐이었는데.
좋다. 그리고 그 다음은 그 이상을 꿈꾸는 자의 몫이다. 뭘 해도 좋다.
2. 대학원 입학 면접을 봤다.
참 내가 소심하고, 패기없고, 야망없는 좆찐따라는걸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교수 된 당신들 눈엔 그렇게 보이겠죠. 그런게 아니래도 자기가 키울 학생들이 졸라 짱 잘나가는 슈퍼과학자가 됐으면 하는 소망도 있으신거겠지만…. 흠, 뭐 그게 다는 아닐거라고 생각은 합니다.
그래도 조금은 마음을 고쳐먹을까 합니다. 덕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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