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VR2가 2주 뒤에 도착한다고 하니 슬슬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해서 예전에 재밌게 했던 VR게임을 다시 해보거나, 사두기만 하고 끝까지 못 해본 VR게임을 다시 해보고 있다. 그래서 플스 게임 라이브러리를 돌아보다가 The playroom 이라는 게임을 보았다.
한 스트리머의 the playroom 플레이 영상. 공식 트레일러 영상이 더 깔끔하겠지만 뭔가 작위적인 느낌이 들어서 대신 가져옴ㅋㅋ
The Playroom이 나온 시점은 2013년, PS4 발매주기의 초반부 쯤으로, PS3과 엑스박스 360이 Move와 키넥트로 모션인식 대결을 펼쳤다가 PS3쪽이 심대하게 털린 바로 다음이기도 하고, 잔뜩 보급된 스마트폰의 GPS, 모션센서 및 카메라를 활용한 AR(증강현실)의 부흥이 일각에서 제안되던 시점으로 기억한다.
거기에 대한 소니의 응답이 PS3시절에도 사용한 무브봉이나 PS4 듀얼쇼크4에 달린 라이트바, 또 그 빛을 정교하게 추적할 수 있는 PS4의 입체시 카메라(렌즈가 두개 달려서 입체적인 인식을 함)를 활용한 AR이었 것 같다. 그리고 the Playroom은 PS4의 카메라 기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데모를 보여준 게임이었다.
돌이켜보면 소니가 잘 준비해둔 AR기능은 결국 아무도 안썼다. (….) 사실 데모를 보면 충분히 감탄할만큼 신기하고 재밌었다. 어린아이들은 아주 매료되었을 것이고, 나같이 철 덜 든 아저씨나 아줌마들도 한시간 정도는 충분히 흥을 낼 수 있을만큼 잘 만들어진 기능이었던 것 같다. 근데도.. 뭐 어쩌겠음. 더 재밌는 게임을 만들기 위한 혁신은 고도로 다듬은 그래픽이나 스크립트의 깊이나 조작성이나 레벨디자인이나… 뭐 그런 전통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졌고, AR이 잘 끼어들 자리가 없었던 것 같다. 결국 AR로 승리한 게임은 게임 역사상 포켓몬 GO 정도였다.
닌텐도가 좀 고집불퉁으로 지 하고싶은 방향성으로(듀얼스크린 휴대기기, 모션인식 게임기, 3D화면 게임기 등등) 게임기를 만들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해볼 수 있는 뭔가들을 계속 한다면(고스펙 하드웨어, 클라우드 게이밍) 소니는 좀 더 전통적인 가전기기 회사의 DNA가 있는듯이 보인달까, 전자업계에 유행하는 개념들을 줏어서 그걸 잘 구현해보는 방식으로 게임기를 만드는 느낌이 있다. PS2-3시절 ‘유비쿼터스’ 유행할때 플스 마케팅에 잔뜩 사용했던 것도 그렇고, AR도 다들 얘기하니까 진심투구 한방 보여주고… VR 메타버스 얘기 나오니까 거기도 덩달아 뭐 하나 보여준다고 기계 만들고…
이렇듯 플레이스테이션의 설계 과정에서는 늘 전자업계가 그리는 미래상, 이상을 구현하려는 방향성이 느껴진다. 이 성향에서 워크맨이랑 브라비아 만들던 짬밥으로 세계의 전자업계를 선도하던 근본, 그리고 거기서 우러나는 모종의 프라이드와 사명감이 비치는 것 같다고 새삼 감탄하였기에 이 감상을 포스팅으로 남겨 보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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