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뼈 부러져 본적 없다고 자신의 단단한 육체를 자랑스레 여기던 백작부인이 기어코 자기 뼈를 부수고 말았다.
모처럼 새 직장에 처음으로 출근하여 일을 마치고 공유킥보드를 이용하여 귀가하는 길에, 차량을 피하다가 보도블럭 턱에 걸렸고 그 이후엔 금간 치아와 쑤시는 무릎, 지끈거리는 팔꿈치… 일단 그날로 정형외과와 치과에서 대강의 진료를 받고, 이틀 뒤 팔꿈치 관절의 골절이 확인되어 철심을 박고 입원생활을 시작하였다.
가련하고 딱한 마음이 앞섬. 일 구하자마자 다음날 깁스감고 죄삼다 사람 구하느라 수고하신 게 수포가 됐겠네요 하고 미안해 하며 (사실 산재인데 ㅡㅡ;; 우리나라 인정머리상 당일 날 제대로 서류 쓰고 근로계약이 시작되지도 않고 퇴근길 킥보드탔다가 자빠진 걸로 산재 처리 고분고분 해줄 기업도 별로 없을 듯) 아침부터 얼굴 내미는 것도 참 그지같은 일이고. 나름 자축을 하려고 성게 알이니 횟감이니 이런저런 비싸고 맛있는 재료들 준비해서 제대로 먹지도 못한 것도 너무 서글프고 그렇다. 백작부인도 그냥 한달 더 놀 걸 하고 매우 억울해 하는 중
내 회사 쪽 일도.. 뭔 논문 한편 마무리작업 한다고 보스가 몸이 달아서 (우리 부하들은 좀 늘어져도 상관 없는데 지 업적땜에 여름내에 논문 제출하려고 그러는 거 같은데 내리 닥달당하는건 왠지 비합리적인거같고 기분이 좋지 않음) 채찍질을 하는 시기라서 실험할 시간 확보를 하는 한편 아침저녁 병원에 찾아가 마누라 얼굴 보는데 힘을 좀 써야하기도 했다. 다만 한편 논문 쓰는 작업 같은 건 마누라 핑계 대고 몸 뺄수 있어서 혼자 꿀 빤것도 있었음. ㅎ 여튼 익숙치 않은 일로 힘 쓰려니 잘 하지는 못한 것 같더라는 얘기.
왼팔은 링거꼽고 오른팔은 깁스하느라 손을 잘 못써서 곤란해하는 부인 시종노릇 하는건 좀 재밌기도 하고 놀리기 좋기도 해서 재밌었음. 내가 봐주는건 하루에 두세시간정도였는데 나머지 열몇시간동안은 어떻게 지내는건지 원. 그래도 수술하고 사흘 나흘 지나니 집어넣을 약이 줄어서 링거도 떼고 바늘도 뽑아서 한결 덜 불편해진 것 같아 다행이다.
일반적으로 수술하느라 절개한 피부가 붙는데 보름, 뼈가 다 붙었으리라 기대하고 깁스를 풀고 철심을 제거하는게 또 한달 정도 걸릴 것으로 기대하는 듯 하다. 백작부인도 그렇게 안내를 받음. 고생길이 많이 남았는데 잘 버티시길 기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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