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판타지 XIV: 효월의 종언 짧은 감상

게임 엔딩을 보고 난 감상 포스팅이니만큼 게임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6월 10일자로 발행한 글이지만 사실 어느정도 쓰고 글을 맺는동안 별별일이 생기며 보름가량 작성이 지연되어.. 2022년 6월 27일에 글을 올림. 

Final Fantasy XIV: ENDWALKER

파이널 판타지 XIV (파판14) 확장팩이 5월 10일 열렸다. 오픈 당시에는 주말에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기에 한주 뒤에 계정을 넣고, 남아있는 칠흑의 반역자 메인 퀘스트를 진행한 뒤 5월 17일 효월의 종언을 시작하고 올드 샬레이안에 입성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백작부인도 게임을 했는데, 부인은 잠시 직장을 관둔상태였어서 훨씬 빠른 페이스로, 울며 웃으며 게임을 진행해 나갔고, 천천히 진행하던던 내가 원치 않는 스포일러를 당하지 않도록 ‘야 지금 대사 듣지마! 화면 보지 마!’ ..등으로 엄중히 보안을 지켜주었음. 백작부인은 심지어 엔딩을 보고 나서는 끓어오르는 덕심을 주체 못하고 무슨 글 연성을 한 모양인데, 한편 내가 게임하는 내내 여기부터 눈물쏟는다구~ 하며 휴지를 갖다주질 않나 갖은 참견을 아끼지 않았고.. 약간 성가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저렇게 호들갑을 떨만하다 싶기도 했다. 시나리오가 굉장히 흡입력있으면서 마음을 많이 흔드는 내용이었음.

결국 나는 현충일 주간 주말 새벽 늦게 엔딩을 맞이하였다.

엔딩 스텝롤은 하이델린-조디아크 사가를 함께 걸어온 새벽의 혈맹 현자들과 타타루가 별바다로 돌아가는, 에오르제아 이전 세계의 고대인들과 교차하여 나아가는 모습으로 끝난다. (스크린샷은 정면 모습을 가져왔지만 현자들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걸어가고 고대인들은 맞은 편에서 걸어오는데 일본 연극 문법상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걸어가는 현자들은 내일로 나아가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걸어가는 고대인들은 이제부터는 무대에서 내려간다 그런 의미인듯 함)

소감만 일단 남기자면,

절망과 허무가 잉태한 ‘세계의 종말’ 이라는 시련을 모험가와 새벽의 혈맹 동료들, 그리고 그들과 10여년간 만나고 스쳐지나간 에오르제아 세계의 인연들이 서로에게 보여준 희망과 용기를 돌파구 삼아 이겨낸다는 플롯이 감동적이지 않을 수가 없잖아…. 늦게 시작한 나와 백작부인도도 벌써 5-6년째 게임 하고 있다구. 그 시간동안 만나온 게임 내의 이런저런 인물들과 보낸 시간이 수년에 이른다. 길어야 백시간1 남짓, 짧으면 수시간짜리 게임에서 만나는 게임 캐릭터들과는 무게감이 다른, 수백시간 수천시간 즐길 수 있는 MMORPG의 인물들의 대사로만 전해지는 감동이 아니었을까 ㅋㅋ

그리고 게임에서 표현되는 세계의 종말이 너무나도 비참한 대참사였다. 플레이하는 나도 괴로울정도로 야 이거 무섭다. 세계가 망하는건 너무 슬픈일이다. 싶은 마음이 강하게 일도록 만들었음.

또 이전 확장팩에서 제국편에 붙어 자기 동포를 학살하던 해골 연대의 포르돌라라는 인물이 있었는데, 얘도 사정이 있었어요 ㅠㅠ 하는 과거 이야기나 풀어주고, 얘를 붙잡아와놓고 이렇다 시원하게 죗값을 치르게 만드는 것 같지도 않고 걍 감옥에 들어가서 머리좀 식혀라~ 하고 넘어가는 스토리가 한국인들로써는 일본놈들 지들이 여기저기 식민지 털어먹고 나니 자기들 단죄하는 내용은 못넣겠나보지? 싶어 답답하고 불쾌하기까지 했는데, (다 보지는 못했지만) 이번 확장팩의 직군별 퀘스트에서 그녀가 죗값을 어떻게 치르는지 보여주는게 좀 신선했음. 좀 자세히 얘기하자면

게임에서 묘사되는 세계의 종말은 앞서 언급했듯 ‘절망과 허무감이 구현된 것’ 인데, 구체적으로는 심하게 희망을 잃고 사는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괴물같은 형태로 변해 자기 이웃이었던 자들과 자기 삶의 터전을 파괴하며 이루어진다. ((이것도 21세기 들어 갈길을 잃고 우익이 발흥하여 자해하는 민주주의 시스템, 총기난사 범인들 뭐 그런게 생각나는 부분이었음)) 포르돌라의 고향인 알라미고에서는 제국에 협력한 매국노의 가족과 유족들이 먼저 절망하고 괴물이 되어갔다고 하는데, 이들이 다시 삶을 찾고 일어서도록 돕는 NGO 활동에 포르돌라가 참여하는…까지만 퀘스트를 진행해서 뒤는 어떤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게임 안의 에오르제아, 아이테리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세상에서 벌어진 갈등과 약간 맥이 닿아있는데, 뜻밖에 진지한 성찰이 있는 문제의식이었어서 감탄했음. 파판은 언제나 상업성이 먼저라 사람들을 너무 심각하게 논쟁에 빠트릴 수위로 문제제기를 하지는 않는다는 기조가 있다고 한다.2 다만 언제나 욕도 먹고 놀림도 당하던 파판의 나카요쿠 정신, 대화와 상호 이해라는 테마가 파판이 그걸 언제나 깊게 다루지는 못할지언정.. ‘말랑하게 갈등을 해소하는게 스토리 쓰기 제일 편리’해서 가 아니라 ‘설득과 상호이해는 힘들고 돌아가는 길임에도 궁극적으로는 최선’이라는 걸 믿기에 택한 길이었던가 보다 그런 신뢰를 하게 되는 내용이었네요.

그리고 제노스 이 지긋지긋한 쉑기 XXXX서 속시원하다!!!!!! 효월짱!!!

  1. 물론 백작부인은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약 600시간 가량 즐기고 있다ㅡㅡ; []
  2. 예전 확장팩의 율모어 빈민과 부촌 주민간의 갈등도 어떻게 다룰지 고민하다가 걍 좋게좋게 가기로 했다고ㅋ 다만 감독이자 프로듀서 요시다 본인은 그런 좋게좋게 노선이 개인적으로 납득되는건 아니라고 코멘트했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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