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올 1월쯤엔가 2월쯤엔가 메일로 대학원 진학에 대해 물어보고 싶다며 연락한 여학생이 있었다.
아마 그때 만나자고 메일 하기 전 학기에도 한통 보냈던가.. 다른 전공 하다가 뉴로사이언스에 관심이 가서 이리저리 탐색중인데, 대학원 실상을 모르는, 선배도 없고 해서 어떤 생활을 해야 하는지 통 모르는 그런 상황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난 그때 뭐 딱히 고생하고있지는 않고, 그럭저럭 뭔가 일은 진행되는 상황이라 꽤 낙관적인 이야기를 했고, 그사람도 대학원에 진학하는게 그리 나쁘진 않구나 인상을 받았던 것 같다. 그런데,
1. 와중에 결혼과 육아문제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실험실에서 (그리고 상황 비슷한 대개의 바이오 랩에서) 대학원을 마치는데에는 5.5년 정도가 걸린다. 그리고 3-7년간의 (가능하다면 해외로의) 포스닥 여정을 떠난 뒤 정규직 자리를 구하는 것이 이쪽의 생리다. 그때 그 사람의 나이가 스물 셋인가 넷인가. 전과에 뭐에 정확히는 안쓰겠지만 학부 졸업에만 몇 학기가 더 필요한 상황이었고, 대학원을 마치면 나이가 서른 한둘인 것이었다.
그에게 그의 인생에서 자녀의 출산과 양육은 포기하기 힘든 중요한 문제였다. 특히 생물학적으로 부담이 덜한 나이에 아이를 갖고 싶었다. 하지만 대학원 주 70시간의 근무를 수행해야되는 대학원생활중 아이를 갖고 돌본다…? 불가능하다.
포스닥 때는 좀 더 시간이 생길 수 있으므로 몇가지 길을 쥐어짜낼 순 있었겠지만, 그다지 밝은 길도 아니고, 그의 표정은 어두워져만 갔다. 소박하게 그려보았던 꿈을 머뭇거리며 지워나가는 모습을 그녀의 눈동자에서 읽을 수 있었다.
강의실 하나 규모의 어린이집이 단과대학교마다 하나씩만 있어도 그가 그런 눈을 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
2. 그 눈동자가 생각이 나서
https://soundcloud.com/mizasquare/at-1
집에 와서 튕겨보았던 것을 오늘 공개. 가까운 시일 내에 제 모습으로 만들 것 같지 않아서..
그도 슬슬 졸업할때가 된거같은데 연락이 없다. 인생에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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