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어제…그저께 일부터.
모처럼 어머니도 집에 오셨고, 석탄일 휴일이었다. 그녀는 행동력 결핍의 아들이 여름내 혹한에 지칠라 이사하면서 들고만 왔던 에어컨을 설치해달라고 기사를 부르셨고, 기사들은 아침 일찍 도착해 벽에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도관이 터졌다. 뽜이야! 푸하하.
묘하게 이런 상황에도 그다지 낭패감이나 당황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음 이런일도 겪는군 정도였을까. 내가 필사적이 되는 상황은 음… 교수 앞에서 발표나 질문을 해야할 때? 대변을 지릴 것 같은 때? 여튼 당황의 스위치는 남 앞에 공개가 되지 않는 일인지에 달린건가….
그렇게 장시간 나의 서버가 행동불능에 빠지고… 씨피유 지피유 한번씩 뜯어서 쿨링팬까지 닦아주고, 특히 침수가 치명적이었을 파워 서플라이엔 헤어드라이기로 열풍도 쪼여주고 해서 일단 재기시켜놓았다. 그러고 났더니 거의 한나절 인터넷을 뽑아놨더니 아이피가 바뀌었던 모양이다. 학교에서 원격 접속도 안되고, 컴퓨터가 분명 켜져 있을텐데 사이트도 접속이 안되고 하더니만.
로컬 호스트로 접속해서 급한대로 쓴다. ddns 업데이트 했으니 내일 오전이면 다시 등록이 되겠지. 접속 불량으로 불편을 겪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캬캬
1. 잘 시간이니 짤막하게.
아버지와 통화를 했다. 별건 없고 그는 나를 믿는다는거고, 잘 해왔으니 앞으로도 잘 하라는 이야기. 그리고 내 책장을 보고, 내가 능력에 비해 수준있는 책을 사들이고, 결국 잘 못 읽고 있음을 지적했다. 다만 기본적인 소양, 식견에 대해선 훌륭하다고 인정 했다.
ㅋ 독서가가 아니라 장서가/수집가인 나, 제대로 보셨습니다ㅋㅋ
음 여튼 부모는 언제나 내 생각보다 통찰이 있는 사람이다. 나이먹으면서 부모를 존경하게 되는 순간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으 돋네…
아, 근데 반대로, 아버지의 음반 수집고를 보고, 아버지의 음악 감상능력, 지식을 내 기준에서 평가했을때 음…. 이분은 분명 좋은 음악과 좋은 소리가 뭔지 알기는 아는데, 정말 음악을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양반이신지는 난 또 잘 모르겠거든ㅋ. 악기와 음향, 화성과 편곡,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지식 없이 그 많은 음악을 다 소화할 수 없었을게 분명한데 말이다.
독서가는 못되고 장서가인 나. 음악 팬이라기보단 오디오파일인 아버지가 결국 닮은꼴인건가 하는 생각이 잠시 스치며.
답글 남기기